1994년 서울 명동 거리 스케치를 보면 2019년 뉴트로 열풍이 어디서 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통굽 신발이 인기를 끌고 배꼽티와 미니스커트, 롱스커트가 유행했다. 당시 패션을 스케치한 기사를 한문장으로 정리하면 "일본 문화의 영향을 받은 젊은이들의 한심한(?) 작태"로 요약된다.
'X세대의 등장'이 못마땅한 나머지 "일본의 생활 문화가 침범 못 하게 해야 한다"는 제법 강한 논조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시대 '꼰대' 대부분이 젊은 세대의 패션을 못마땅해한 것은 지금 보면 어처구니없는 경찰의 배꼽티 체포 사건에서도 드러난다.
1994년 7월, 배꼽티를 입은 여성 2명이 경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적발돼 재판을 받았다. 그러나 법원은 이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배꼽티를 비롯한 '이른바 과다 노출 패션'이 경범죄라는 주장이 이어졌지만, 법원이 짧은 치마와 배꼽티를 입은 여성을 처벌하려면 명동, 신촌, 홍대 앞 등 번화가에 있는 여성을 모두 잡아들여야 할 만큼 배꼽티 패션은 큰 인기를 끌었다.
배꼽티가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일부 시민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X세대라면 배꼽티와 통굽, 선글라스와 액세서리로 개성을 표현하는 일은 당연했고 이들은 자신의 개성을 "옷차림과 헤어스타일"로 표현한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일본 잡지 '논노', '앙앙', '모아' 등에 나오는 패션을 연구하고 따라 했고, 용돈을 가장 많이 쓰는 곳 역시 "옷 구매"이라고 대답했다.
X세대의 '멋부림'에 대해 질문하는 기자에게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조크든요(좋거든요)"라는 인터뷰가 2018년 다시 회자되기도 했다.
발칙한 상상과 반항, 그리고 '주체적인 나'를 드러내는 패션을 사랑했던 1990년대 중반에 20대였던 이들 X세대는 이제 곧 5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간다.
YTN PLUS 최가영 기자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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